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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선택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feat. 연금술사)

by 희망공간 2023. 9. 3.

선택의 순간은 매 순간 우리 앞에 있다. 일어나서 잠을 자기까지,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학교나 또는 직장을 가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망설임 없이 되풀이되는 선택도 있다. 특별한 일들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난다. 지루해질 때 가끔은 일상을 깨고 싶다.​

현대인들 모두가 짜여져있는 틀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낸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밀려올 때, 우리는 여행을 선택한다.​

나도 올 여름에 여행을 했다. 처음으로 6박 9일의 스페인 일주 패키지여행을 갔다. 그동안 보았던 미국이나 남미의 여행지 풍경과 다르게, 대항해 식민지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스페인 거리에는 볼거리가 넘쳐났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멋진 성가족(la Sagrada Família) 성당도 멋졌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의 탄성이 가득 찼다.

 

여행 가이드는 톨레도에만 교회(iglesias)들이 100개 정도 있다고 했다. 톨레도는 스페인의 옛 수도이며, 현재까지도 스페인 가톨릭의 총 본산격 되는 도시이다. 저 작은 도시 지역에 100개의 교회라니? 

나는 '참 대단한 종교심이다' 생각하며 관광코스에 있는 도시들의 교회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톨레도, 세비야 등 대성당의 안에 있는 장식된 성물들도 내 마음 깊이 각인되었다.

 

갑자기 중세 사람들의 종교심과 생활환경이 알고 싶어졌다. 여태까지 그저 중세는 암흑의 시기에 불과했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내용들이 너무 화려하고 경외스럽기까지 하였다. ​

그라나다 주에 도착하여 바깥에서 아람브라 궁전을 바라보고 더 알고 싶었다. 저녁에 호텔에 투숙했을 때, 모바일에 있는 교보문고 앱을 통하여 도움이 될만한 책이 있나 찾았다. '중세'라고 검색하니 책이 안 나온다. 모바일 앱은 ebook만을 취급하니, 종이 책은 검색되지 않았다. 그래도 몇 차례 하다가 우연히 '연금술사' 책을 발견했다.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 산티아고처럼 신학교를 다니다 작가로 인생을 전환했다. 산티아고는 안달루시아에서 양을 치는 목동이다. 16세까지 신학교를 다녔고, 라틴어,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 후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서 성직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양치기를 하며 세상의 여행길로 들어섰다.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내가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인공인 산티아고와 동일시되는 감정이 생겨났다.

책 첫 페이지에서 어려운 내용이 시작되어 당황했다. 누가복음 10장 38-42절 내용이다.

(누가복음 10장 38-42절)

38 그들이 길 갈 때에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
39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
40 마르다는 준비하는 일이 많아 마음이 분주한지라 예수께 나아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
41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
42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위 구절을 해석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마르타가 세상적인 일을 선택한 것에 비해 마리아는 영적인 것을 선택했다고 해석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해석은 공감이 되지 않는다. 현실 세계가 끝없는 경쟁시대이라서 우리는 특히 종교적인 위로를 받고 싶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은 모두를 포용해 주시는 분이지, 너는 잘했고 너는 못했다 점수를 주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연금술사의 내용은 자기 자신의 길을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나온다. 살아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 향해가도록 된 목표가 있다. 산다는 과정은 어쩌면 그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처음에는 외부에서 사람들이 나타나서 도와준다. 인생의 이정표를 가리키는 표지 역할을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몇 차례 거절을 하게 되면 그 인생은 닫힌다. 반면, 산티아고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때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

​마리아도 내면의 소리를 듣고 선택을 했다고 보인다. 바삐 움직이는 언니 일손을 도우며 손님 식사대접을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예수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을 택했다.

때로 내면의 소리를 따라가는 선택은 가족과의 인연단절,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의 포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것이 상식에 어긋난다 할지라도, 그 사람에겐 가장 행복한 길을 가는 여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Mary & Martha